CEO는 사내연애, 팀장은 퇴사…테슬라 AI팀에 무슨 일이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입력 2022-07-23 07:00   수정 2022-07-23 18:01



#1. “인구 부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일 올린 트윗입니다. 뜬금없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날인 6일 “머스크가 자신이 세운 뇌 연구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임원 시본 질리스와 사이에서 작년 11월 쌍둥이를 얻었다”고 전했습니다.

예일대 출신의 질리스는 36세로 머스크보다 열다섯 살 연하입니다. 2015년 머스크가 공동 설립한 인공지능(AI) 연구기업 오픈AI에서 연구자로 머스크와 처음 만났습니다. 이후 2017년 테슬라 자율주행 및 반도체 설계팀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현재는 뉴럴링크 운영 이사이자 오픈AI 이사회 최연소 멤버입니다. 보도 직후 “머스크가 비밀 사내 연애를 했다”는 세간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머스크와 앙숙 관계인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부하직원과 잠자리가 저출산 해결책인가”라고 비꼬았습니다.


#2. 자율주행 관련 직원도 해고 대상
머스크는 지난 6월 사내 이메일을 통해 “경제에 대해 극도로 나쁜 예감(super bad feeling)이 든다”며 비용 절감을 이유로 테슬라 전체 직원의 10% 감원을 선언합니다. 이후 테슬라에선 인턴부터 신입사원, 매니저급까지 정리해고가 시작됐습니다. 충격적인 사실은 테슬라의 핵심 기술인 자율주행 관련 부서마저 해고의 칼날을 들이댔다는 것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테슬라가 캘리포니아주 오토파일럿 사무실을 폐쇄했고 여기서 일하던 350명의 직원 중 229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고 지난 29일 전했습니다. 이 사무실의 직원들은 주로 AI 학습을 위해 고객 차량 주행 데이터를 분류하는 레이블링 작업을 했습니다.



#3. “안드레이 카르파티가 떠난다니…”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비전(Autopilot vision) 팀장이자 AI 부문 이사인 안드레이 카르파티(Andrej Karpathy)가 지난 14일 트위터를 통해 퇴사했다고 밝혔습니다. 2017년 입사 이후 5년 만입니다. 그는 “테슬라와 결별하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구체적인 퇴사 이유를 밝히진 않았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라이다(Lidar) 대신 카메라에 의존하는 ‘완전 비전 중심 방식(Heavily Vision-based Approach)’입니다. 카르파티는 이 기술을 지휘한 총책임자였습니다.

그의 퇴사는 테슬라 투자자 및 지지자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습니다. 카르파티는 지난해 테슬라의 기술 행사인 ‘AI 데이’에서 머스크와 함께 PT를 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업계에선 테슬라의 공동 창업자인 JB 스트로벨이 2019년 물러난 이후 차세대 CTO로 카르파티를 점찍은 사람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현 CTO는 드루 바글리노(Drew Baglino)입니다)



테슬라 AI 조직과 관련 지난 두 달간 쏟아진 뉴스입니다. CEO와 부하직원 간의 스캔들을 포함해 하나같이 악재라고 부를만한 사건들입니다. 자율주행과 AI는 테슬라를 미국증시 시가총액 5위까지 끌어올린 핵심 기술입니다. 월가의 테슬라 1년 목표주가는 70~1500달러 선으로 애널리스트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자율주행 등을 기업가치 평가에 반영했는지에 따라 갈리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흔들리면 테슬라의 미래도 어두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테슬라 AI 팀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자율주행, 우선순위에서 밀렸나
머스크는 2013년 첫 자율주행계획을 발표한 이후 10년간 “자율주행이 곧 완성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했습니다. 올해 들어서 그 발언의 빈도가 잦아졌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1월 테슬라 실적 발표에서 “연내 인간보다 나은 완전 자율주행을 달성하지 못하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조급함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4월 새 공장인 기가 텍사스 개장 기념식에선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보택시(Robotaxi)를 내놓을 것”이라고 재차 언급합니다.



테슬라의 FSD(Full Self Driving)는 자율주행 플랫폼인 하드웨어 3.0의 도입과 함께 2019년 선보였습니다. FSD는 출시 이후 지속해서 가격이 올랐습니다. 현재 북미에서 1만2000달러(월 구독료 199달러), 국내에선 904만3000원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미국 시장 분석 업체 트레피스(Trefis)에 따르면 테슬라 신차 구매 시 FSD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비율은 2019년 37%에서 2020년 22%, 작년 12%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결국 테슬라는 지난달 ‘향상된 오토파일럿(EAP)’이란 반값 자율주행 옵션(452만원)을 출시합니다. 사실상 과거로 회귀한 셈입니다.

일각에선 머스크가 올해 들어 휴머노이드 로봇을 자주 언급하는 것에 주목합니다. 머스크의 관심사가 진척이 더딘 자율주행에서 로봇으로 바뀐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그는 지난 6월 트위터로 “9월 말 AI 데이에 ‘옵티머스’ 프로토타입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힙니다. 지난 3월 언론과 인터뷰에선 “내년 말까지 테슬라봇 양산 준비를 끝내겠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루디크러스》의 저자 에드워드 니더마이어는 “테슬라 직원들은 머스크의 변덕에 자신들의 전문성을 맞추기 힘들어했다”며 “조직문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테슬라의 AI는 오히려 진일보”
테슬라 측에서 이러한 우려를 모를 리 없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21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카르파티가 떠나며 FSD 개발 속도가 느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팀에 뛰어난 인재들이 120명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한 “올해 FSD와 관련된 난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격을 더 올리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머스크 역시 트위터로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는 3인이 주도하는 원탁의 구조”라고 밝혔습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 이사는 아쇼크 엘루스와미(Ashok Elluswamy), 오토파일럿 엔지니어링 이사는 밀란 코바츠(Milan Kovac) 입니다.

오토파일럿 인력의 정리해고는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 2.0’이라는 개념입니다. AI가 학습하기 위해선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기준 51억마일의 누적 주행 데이터를 쌓았고 이는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그러나 운전이라는 행동의 모든 ‘경우의 수’를 가르칠 순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2.0 시대엔 컴퓨터 스스로 알고리즘을 만들어 프로그램을 완성합니다.

카르파티는 테슬라에서 소프트웨어 2.0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초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인간이 주행 동영상 데이터를 일일이 라벨링을 해줘야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선 이 작업을 AI가 스스로 수행합니다. 예전처럼 많은 인력이 불필요하게 됩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테슬라의 자율주행 AI는 오히려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론 타임’을 기다려라
테슬라 지지자들은 “자율주행 포기는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합니다. 모델3 양산, 흑자 전환, S&P500지수 가입, 차량 100만대 생산, 4680 배터리 등 머스크가 기한을 넘기긴 해도 결국 약속을 지켜왔다는 것입니다. 소위 말하는 ‘일론 타임’입니다.

테슬라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현재 10만명이 FSD 베타 버전을 테스트하고 있다”며 “연내 모든 북미 소비자에게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FSD 베타는 시내 자율주행이 가능합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내 도심 자율주행이 상용화될 경우 테슬라 주가의 높은 밸류에이션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9월 30일로 예정된 두 번째 AI 데이로 향합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AI의 진척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FSD 베타는 연내 서비스 가능한지 이 기술 행사를 통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테슬라와 머스크가 어떤 비전을 선보일지 기다릴 시간입니다.

→ 2편에 계속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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